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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약 350km 떨어진 마을의 주민들은 2021년 1월 1일부터 마을의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주민이 100명 남짓 사는 작은 마을의 이름은..

 

 제대로 보셨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선 행정구역을 통합하면서 관심을 끄려고 지역 이름을 눈에 띄는 걸로 바꾸는 사례들이 있다던데, 그런 경우는 아닙니다.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1070년부터지만, 현지의 설화에 따르면 6세기경에 바이에른의 귀족인 'Focko'라는 양반이 이 마을을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여기에 사는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해 '거주자'를 뜻하는 고대 독일어 접미사인 'ing'가 붙은 단어가 마을의 이름이 되었고, 이 단어가 세월에 따라 변해서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오스트리아에 대거 몰려온 적이 있는 영미권 사람들에 의해 인터넷 보급 전부터 이 마을의 이런 독특한 이름은 꽤 인지도가 있었다고 하네요.

 

 그게 언제냐면...

 



 2차 세계대전 말입니다.

 

 데일리미러의 기사에 따르면, 지역 관광가이드가 '(오스트리아에 오면) 독일인들은 모차르트의 집을 가고자 하고, 미국인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를 보려고 하고, 일본인들은 히틀러 생가를 가보고 싶어하는데, 영국인들은 저 마을에 대해 묻는다'라고 할 정도로 영국인들에게 인기였다고 하네요.

 

 

 이걸 가지고 우편 엽서를 만든다든지 해서 관광자원으로 써먹으려고 한 주민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방문객들의 민폐가 너무 심했다고 합니다. 

 

 마을 이름이 쓰인 교통 표지판이 도둑 맞는 일은 너무 잦아서 아예 콘크리트에 용접까지 해야 했다고 하고, 정신 놓은 것들이 저 표지판 앞에서 단어에 맞는 일(그거요 그거)를 해대서 그걸 막기 위해 CCTV까지 설치해야 했다고 하네요.

 

 

 

 2004년에 주민들은 마을명 변경 투표를 했지만 이때의 결론은 유지였습니다.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장은 "모든 사람들이 우리 마을의 이름이 영어로 무슨 뜻인지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 F-는 F-일뿐이고, 우리는 계속 F-로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마을 내 모든 표지판이 도난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해외 미디어들까지 몰려와서 마을을 들볶는 것에 지치고 지친 주민들은 결국 2021년 새해와 함께 이름을 Fugging으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뇌절은 피곤한 법이죠.

 

 

 참고자료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0/nov/26/fugging-hell-tired-of-mockery-austrian-village-changes-name

https://www.nachrichten.at/oberoesterreich/schluss-mit-schlechten-witzen-aus-fucking-wird-fugging;art4,3326604 

https://www.mirror.co.uk/news/uk-news/this-towns-a-f-joke-555249

https://en.wikipedia.org/wiki/Fucking,_Aus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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