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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K리그 구단들과 국내 지도자들이 박지성의 가치를 몰라보고 내쳤는데 J2리그 교토 퍼플상가와 히딩크 감독이 버려진 선수를 발굴해 키워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박지성을 외면한 K리그 및 국내 지도자들은 한심한 존재로 부각되고 교토 퍼플상가는 자비로운 구단으로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발굴해낸 위대한 감독으로 인식된다.
이렇게 박지성이 밑바닥을 경험하고도 우뚝 선 선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고 K리그가 선수 보는 눈도 없는 하찮은 리그이고 또 국내 지도자들은 실력 있는 선수들은 외면하고 인맥으로만 관철된 속칭 적폐 집단이라는 사실을 주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건 엄청난 과장과 거짓으로 포장된 주장이다.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국가대표 및 올림픽대표 경기는 2004년 이전까지 단 한경기도 놓치지 않고 모두 보았다고 맹세할 수 있다.
약간은 희미해져 버린 기억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당시의 상황과 박지성 선수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박지성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선수였다
박지성은 제5회 차범근 축구상(장려상) 수상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박지성은 유년시절부터 뛰어난 선수였다.
왜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 입단 직행에 실패했는가? - 1999년 수원에는 박지성의 자리가 없었다
박지성이 수원공고 3학년이던 1998년.
당시 수원공고는 K리그 수원 삼성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수원 삼성은 수원공고의 인재를 육성해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가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평가받던 고종수와 김은중, 이동국 등을 제외하고는 이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사실상 고등학교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당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리던 이천수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더군다나 당시 수원은 신인이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는 팀이었다.
수원은 서정원과 데니스, 샤샤, 고종수, 바데아, 윤성효, 신홍기, 김진우, 이병근, 비탈리, 이기형, 박건하 등 지금 생각해도 완벽에 가까운 선수 구성을 자랑했다.
이 팀은 박지성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원 삼성 입단을 노크하던 1999년 K리그 전관왕을 달성하며 지금도 역대 최강팀으로 불리고 있다.
박지성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고등학교에서 연고지역 임의 지명 제도로 K리그의 선택을 받은 건 전남 드래곤즈의 김경일이 유일했다.
당시 김경일은 광양제철고 소속으로 창단 2년 만에 팀을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며 “같은 나이 때의 윤정환과 고종수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그는 1998년 전국 고교선수권대회와 KBS배 고교축구선수권대회 MVP 역시 석권할 정도의 초고교급 선수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당시 고등학교에서 프로로 직행할 수 있었지만 김경일도 결국엔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실패를 맛봤다.
당시의 박지성으로서는 수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게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드래프트에서는 김경일 외에 진순진과 성한수, 김영철, 이성재 등 이미 대학 무대에서 검증된 선수들이 대거 K리그의 선택을 받았다.
박지성을 발탁한 건 히딩크가 아니라 허정무
결국 K리그 입성에 실패한 박지성은 명지대에 진학했다.
사실 이걸 실패라고 볼 수도 없다.
김남일과 이관우(이상 한양대)도 그랬고 이영표(건국대)와 박진섭(고려대)도 그랬다.
안정환도 아주대를 거쳐 프로에 입단했다.
어지간한 초고교급 선수가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가 프로 입성을 준비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걸 가지고 K리그가 박지성을 버렸다고 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김호 당시 수원 삼성 감독은 그때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수원공고 박지성을 주시하기는 했다. 수원공고는 우리가 지원하는 학교였다. 하지만 당시 우리 팀 선수 구성이 워낙 막강해 박지성이 경쟁을 펼치기에는 부족했다.
나 역시 그가 대학에 가 실력을 더 키워 수원으로 오길 바랐다.”
박지성은 1999년 K리그 드래프트에는 아예 참가 신청서도 넣지 않고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명지대에 진학한 박지성은 1999년 허정무 감독에게 발탁돼 일약 몸값이 치솟았다.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울산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고 시간을 쪼개 울산 현대와 명지대의 연습경기를 보러 갔다. 원래 수비수를 체크하러 갔지만 무명의 박지성을 보고 반했다.
명지대 김희태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허정무 감독은 일주일 동안 박지성을 올림픽 대표팀에서 훈련시킨 뒤 기술위원회를 통과하지 않고 감독의 권한으로 그를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했다.
사살상 박지성의 커리어는 이때부터 탄탄대로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된 박지성은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골까지 뽑아내며 2000년 1월 성인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리고 같은 해 4월에는 라오스와의 아시안컵 예선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많은 사람들 그리고 언론과 박지성 본인조차 히딩크 감독이 아니었다면 2002년 월드컵 엔트리에 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분명 박지성은 히딩크감독 부임 전에도 올림픽대표와 국가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었고 나 또한 박지성을 부동의 주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정원과 고종수가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어떠한 감독이 부임하더라도 박지성을 쓰지 않았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연봉 5억 원, 교토의 파격적인 대우 - K리그는 박지성을 버린 적이 없다
어린 나이에 올림픽 대표팀은 물론 성인 대표팀에까지 발탁돼 주목받던 박지성을 돈 많은 J리그가 가만 놔둘 리가 없었다.
시미즈 S펄스에서 박지성을 노렸고 J리그 하위권으로 처진 교토 퍼플상가도 박지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박지성은 애초 시미즈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연봉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교토행을 확정 지었다.
언론에 공개된 연봉이 5억 원이었고,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 K리그 최고 연봉자는 연봉 3억의 성남 김도훈이었던 시기에 K리그 구단들이 5억이 넘는 연봉을 지불하며 박지성을 붙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K리그가 박지성의 가치를 몰라보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교토가 데려간 박지성은 대학도 떨어지고 갈 곳 없는 신세가 아니라 이미 국가대표에 발탁돼 몸값이 껑충 뛴 고액 연봉자였다.
K리그가 버린 박지성의 진가를 J리그가 알아서 거둬준 게 아니다.
박지성은 이미 J리그에 입성할 때부터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고 도저히 K리그가 감당해 내기에는 몸값이 너무 비쌌다.
이에 대해 김호 당시 수원 삼성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수원공고 출신 박지성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장래를 위해 박지성의 J리그 진출에 대해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
명지대 김희태 감독 역시 전력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박지성을 교토에 내줬다.
사실 관계와 시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건 분명하지만 무명의 박지성을 발굴해 낸 건 히딩크 감독 이전의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과 명지대 김희태 감독, 올림픽 대표팀 허정무 감독 등이었다.
박지성이 교토에서 맹활약을 한 것도 분명하지만 이미 박지성은 교토에 입성할 때부터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였다.
박지성이 무명 시절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믿는 이들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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